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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8 :: 설 명절 고속버스 유감

지난 추석의 아찔한 경험 – 사람이 버스를 14시간 정도 타게되면 버스 시트와 한 몸이 되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치를 떨며 조금은 걱정을 했지만, 이번 설 연휴는 결코 짧지 않았기에 용기를 내어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갔었지요. 바로 요 전에 올렸던 파이어폭스 베타 4에 관한 포스팅 이후에 말이지요.
아홉시 뉴스에서도 잠깐 소개가 되었지만 터미널은 그야말로 전쟁터였습니다. 제가 원래 타려던 버스는 오후 3시 20분 발 버스였는데, (전 거의 4시 40분가까이 되어서야 겨우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약간의 지연은 있을거라는 생각에 여유있게(?) 시간 맞춰  터미널을 도착했습니다만, 터미널은 이미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기 힘들정도로 싸우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도착한 시점에는 이미 플랫폼에 버스가 한 대 와 있었구요 우습게도 그 버스는 15:05 라고 출발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고 앞에서는 기사분과 티켓 체크하시는 여자분, 그리고 화가 잔뜩 난 손님들이 언성을 높여 열띤 토론을 하고 계시더군요. 결국 그 버스는 13:40으로 시간을 바꾸고 (정확히 말하면, 대화 내용은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타고서 출발하기 전에 시간이 바뀌어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이후로 버스는 뜨문 뜨문 들어왔지만, 뭐 지난 추석 귀경길에도 40분까까지 지연출발을 겪은 바 있는 저로서는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들어온 버스는 3시 40분 발 버스였는데, 이번에는 그냥 3시 40분 승객들을 태워 출발해버렸고 그 때까지. (오후 4시가 다 된 무렵)까지 버스를 타지 못한 2시 20분 버스의 승객들은 술렁이다 못해 난장판 직전을 연출해주었습니다. 결국 그 다음 타임에 들어온 3시 5분 버스는 2시 20분으로 출발시간 표시를 변경해서 사람들을 실어다 날랐고,또 그 다음 들어온 버스도 2시 20분으로 출발 시간 표시를 변경하더니 (근데, 이때또 표를 보여주고 타는 사람들은 뭐죠?) 사람이 몇 명 안타니까 3시 5분, 3시 20분 손님들을 불러다 태우더군요
사태가 이쯤까지 가니 화가 나기 시작하더군요. 주로 경부 쪽 고속버스는 ‘한진’, ‘중앙’, ‘동양’의 세 회사가 주를 이루던데, 이회사들의 개념이 의심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아홉시 뉴스에서 ‘들어오는 버스와 나가는 버스가 혼잡을 이루어 소동이 벌어졌다’ 정도로 짧게 소개가 되더군요.
근데 이건 단순히 버스가 많아서 생긴 문제는 아닙니다. 단순히 출발하던 날 (2월 5일)버스가 많아서 배차가 뒤죽박죽되고 출발이 지연되었던 건 아니거든요.영동 방면은  거의 모든 차가 제 시간에 출발했다는게 그 반증이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버스의 배차 방식입니다. 도로 사정으로 버스가 터미널로 들어오는 시간이 지체되었다면 현재 출발 가능한 버스들을 시간 순으로 배치하여 출발시켜야 하는데 버스마다 정해놓은 배차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지 않으니 이런 문제가 생겼던 겁니다.
벌써 출발 시간을 한 시간을 훌쩍 넘긴 사람들을 플랫폼에 모아 놓고서는 ‘곧 버스가 들어오니 조금만 기다려라’라고 말하는 건 최소한 그네들이 ‘화물’이 아닌 ‘여객’ 운송 사업자라면 해서는 안될 말입니다. 버스 기사 아저씨들도 몇 시간씩 운전해 서울로 들어왔으면 어느 정도 쉬어야 할 것 아닙니까. 적당한 휴식도 못 취한 운전자가 운전하는 버스, 글쎄요 짐짝도 아니고 사고나면 다치는 사람으로서는 저라면 솔직히 타기 싫거든요.
분명 다음 명절인 추석, 내년 설에도 이러한 ‘소동’은 반복적으로 일어날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동’의 기저에는 안일하기만한 대형 운송 (이름은 여객이나 화물이 분명한) 업체들의 운영 마인드가 깔려있다는 사실을 또 어떤 언론(alone?)도 지적하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