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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6 :: 버그없는(?) 이력서 만들기

지난 번에 살짝 예고한대로 오늘은 취업 준비생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대기업에 다니거나 혹은 다녀봤거나 하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에 취업하시고자 하는 분들은 그냥 사뿐히 무시하면 되겠습니다. 단지 중소기업을 골라 다니면서(?), 그리고 이력서들을 검토하면서 느끼는 점 몇 가지를 적어볼까 합니다. 당연히 매우 주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그냥 참고만 하셔도 될 듯 합니다.

읽는 사람을 고려하는 이력서 & 자기 소개서

뭐 사실 저만해도 블로그에 쓰는 글은 그다지 읽을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편이기는 합니다. 고려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독자층이 고정되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아무튼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쓸 때 만큼은 그래도 쓰는 이가 ‘아쉬운’ 입장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름 노력들을 해서 쓰십니다만, 제가 받아보는 이력서만 해도 굉장히 안타까운 것들이 많아서 몇 가지 언급해 드립니다. 물론, 이런 저런 신문이나 다른 곳에서도 많이들 언급하시는 내용일겁니다.

1. 증명사진에 대한 과도한 리터칭

뭐 피부 잡티라든가 점 같은 걸 가리기 위해 포토샵으로 사진을 리터칭해서 보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뭐 사실 이력서만 보는 시점에서 이력서에 붙은 증명 사진과 실물을 견주며 비교할 일은 없습니다만, 과도한 리터칭은 ‘눈에 보이는 거짓말’이라 생각합니다. 잘나고 이뻐서 손해 볼 일은 없겠습니다만, 보통 면접관들은 ‘밑에서 일할 사람’을 뽑으려고 합니다. 이뻐서 모셔만 놓고 일시키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쁜 사람이라면 차라리 소개팅을 하자고 연락을 하겠죠. 제 경우에는 아무리 실력이 있고, 제가 못하는 영어도 잘하고 인물이 잘나도 과도한 포토샵으로 사진을 첨부하시는 분들은 그냥 패스합니다. 간혹, 사진을 아예 안 보내시는 분들도 있는데 차라리 이런 경우가 나을 수도 있겠지만, ‘필요 조건’을 챙기지 못하는 태도로 간주하고 역시나 패스합니다. 

2. 파일 포맷

요즘은 취업 알선 사이트를 통한 구직 신청도 많고, 해당 사이트의 이력서 포맷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온갖 다양한 파일 포맷으로 이력서를 보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 학생인 분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HWP 포맷의 이력서를 보내시는 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대학 및 관공서의 컴퓨터에는 해당 포맷을 사용하는 워드 프로세서가 거의 99%의 비율로 설치되어 있겠지만, 일반 기업은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습니다. 물론 뷰어를 별도로 설치해서 볼 수도 있겠지만, 뷰어를 설치할 시간이면 이력서를 몇 개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냥 패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력서 자체도 일종의 서식이 있는 문서이고, 업무 분야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 기업에서는 HWP 포맷으로 문서 작업을 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이 제품이나 저 제품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많이 다릅니다. 행정병 출신으로 아래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발로도 다루는 친구들도 MS워드에서는 처음에 많이들 헤맵니다. 차라리 PDF 포맷으로 보내도록 합시다. 
간혹 PPT 등을 이용해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보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과감하게 셀프 동영상까지 첨부해서 보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일단 독특한 시도는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런데 pptx 로 만들어서 보내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무조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도 자체는 좋은데, 역시 동영상 한 편 감상하는 시간이면 다른 이력서를 더 검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제 경우에는 야근하면서 그 동영상까지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통짜 이미지로 만들어 보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부탁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eps 포맷을 사용해 주시면 안될까요? 하다못해 PDF로라도 만들어서요. 이력서가 괜찮아 보이는데, 종이로 출력하면 알아볼 수가 없어서 곤란합니다. 네.

3. PPT로 만드는 경우

PPT로 자기 소개서를 만드는 케이스는 사실 적지 않은 편입니다. 대부분 무슨 무슨 리더쉽… 등의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친구들이 많이 보내더군요. 기획 파트라면 PPT로 밥 벌어 먹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대단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좋은 수단입니다. 
그런데 꽤나 이름 있는 PT 대회에서 최종 PT도 하고 수상도 했다는 친구들이 슬라이더 마스터를 쓸 줄 모른다는 것은 조금 의외입니다. 대회를 개최했던 회사보다 우리 회사가 작아서 지금 무시하나요?라고 생각해 볼 기회도 만들어주더군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PPT로 만드는 것은 ‘자신’이라는 제품을 기업에 제안하는 문서라고 생각한다면 보다 ‘엄격한’ 내부 기준으로 자신의 문서를 평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꼭 슬라이드 마스터를 써야한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몇 장 안되는 ppt 문서에서 슬라이드를 넘기는데 문단의 위치가 어긋나있다거나 하는 작은 실수가 당신의 ‘제안서’를 한 없이 저렴해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튀게’ 만들고 싶다면 ‘더’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4. 구분이 애매한 ‘상/중/하’

이건 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입니다만, 저는 좀 예민하게 봅니다. 그러니까 위의 ‘증명사진 거짓말’과 비슷한 관점인데, 컴퓨터 활용 능력을 분야별로 ‘상/중/하’로 표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건 뭐 거의 대부분이 ‘상’으로 기재하시더군요. 하지만 막상 워드(상)으로 기재하신 분 중에서 여태 MS워드로 목차 만들기 할 줄 아시는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의외로, 경력자 분들의 이력서에서는 ‘하’나 ‘중’도 많이 보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조금 겸손(?)해 져도 무방하리라고 봅니다. 심지어는 포토샵(상)인 분들도 수두룩하던데… 네 뭐 그렇다구요.

5. 읽다보면 뭔가 이상한 자기 소개서

자기 소개서 쓰기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 ‘1장 분량’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작성해서 보내시는 걸 보면 내심 감탄도 합니다. 전 딱 세 줄 써 놓고 밤을 하얗게 새곤 했었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읽다보면 문체가 경어체와 평어체를 왔다 갔다 하는 자기 소개서가 가끔 있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 투자해서 작성’한 티가 납니다. 고생해서 작성한 정성은 갸륵하지만 이런 자기 소개서는 그대로 패스입니다. 자신이 쓴 문서를 꼼꼼히 검토해보지 않았다는 반증이니 이런 문서에 “완벽주의적인 성향과…” 와 같은 문구가 들어 있으면 읽는 사람으로서 대략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이렇게 써야 한다’라는 법칙은 사실 없습니다. 있어서도 안되겠지요. 다만 본 포스팅에서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 자체에서 발견하게 되는 몇 가지 오류(?)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하루에 몇 십개 정도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해야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 간결하고 보기에 깔끔한 문서를 만드는 스킬도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던 겁니다. 짧은 시간에 포스팅 하려니 내용이 생각보다 얼마 안 되는 군요. 나중에 시간이 되는대로 조금 더 내용을 보강해 보도록 하지요.